싱가포르 국제학교에 입학한 지 6개월. Grade9, Grade6에 두 아이를 보내고
첫 학기를 마치고 성적표를 받았다. 보고, 설명회도 듣고, 다른 학부모들의 후기도 찾아보았고 나름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학교를 보내고 나니 입학 전에는 알지 못했던 것들이 정말 많았다.
오늘은 싱가포르 국제학교를 6개월 동안 경험한 학부모 입장에서 느낀 점들을 솔직하게 적어볼 계획이다.

우리 가족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그리고 다시 싱가포르로 이주하였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갈 때도 교육 환경에 대한 고민이 많았지만, 싱가포르에서는 또 다른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미국에서는 일반 공립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하지 않았던 고민들을 해야했다.
싱가포르에는 다양한 국제학교가 있는데 IB, 영국식, 미국식 커리큘럼을 운영하는 학교들이 많고, 각 학교마다 교육 철학도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학교를 선택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아이가 정답을 외우는 공부보다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하는 경험, 다양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경험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었다. 고학년이라 한국국제학교도 생각해보았지만
최종적으로는 IB과정을 운영하는 국제학교를 선택하게 되었다.
학교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의외로 중요하게 느껴졌던 것은 입학 상담이었는데 여러 학교를 방문했지만 어떤 학교는 상담이 단순히 입학 절차를 설명하는 수준에 그쳤고, 어떤 학교는 선생님들의 학교에 대한 열정이 느껴지는 곳도 있었다. 학생의 상황에 맞춘 개별적인 상담과 배려를 통해 입학을 도와주는 느낌의 학교가 있었던 반면에 콧대가 높은(?) 학교들도 있었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첫 학기 성적은 기대보다 좋지 않았지만 크게 놀랍지는 않았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갔을 때도 적응 기간이 필요했었다.
언어가 달랐고, 수업 방식이 달랐고, 친구를 사귀는 문화도 달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싱가포르 국제학교는 또 다른 적응이 필요했다.
영어로 수업을 듣는 것 자체보다도 수업에서 요구하는 사고방식이 크게 달랐다.
정답을 맞히는 것보다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는 과정이 중요했고, 프로젝트와 발표의 비중도 높아 처음에는 아이들도 어떤 기준으로 평가받는지 이해하는 데 시간이 꽤 많이 필요했다.
그래서 이번 성적표는 아이의 현재 위치를 보여주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정말 칭찬을 많이 해준다. 정말 이 아이가 이렇게 잘하고 있었나 싶을 정도로 긍정적인 칭찬을 많이 해준다. 하지만 칭찬 속에 중요한 메시지가 함께 담겨 있다.
겉으로는 긍정적인 표현이지만, 자세히 읽어보면 아이가 앞으로 더 발전해야 할 방향이 뚜렷하게 적혀 있다.
그래서 성적표나 교사 코멘트를 읽을 때는 칭찬만 보지 말고 그 안의 메시지를 함께 읽어야 한다.
많은 부모님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영어는 분명히 늘 수 밖에 없다.
수업도 영어, 친구들과의 대화도 영어, 프로젝트도 영어로. 학교 안에서 생활하는 대부분의 시간이 영어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제학교에 다닌다고 해서 영어 학습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학년이 올라갈수록 읽기와 쓰기의 중요성이 커지는데 친구와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영어와 에세이를 쓰고 분석하는 영어는 전혀 다른 영역이다. 영어 환경은 분명 도움이 되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학습적인 접근도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국제학교가 모든 아이에게 좋은 선택인 것은 아닐 것 같다.
특히 명확한 정답을 선호하거나 구조화된 학습을 편안하게 느끼는 아이들은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국제학교에서는 "왜 그렇게 생각했니?" 라는 질문을 자주 하고
정답 하나를 찾기보다 다양한 관점을 탐색하는 과정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한 부모의 성향도 중요하다.
국제학교는 한국 학교처럼 점수 하나로 아이의 상태를 파악하기 어렵고 수행 과제, 프로젝트, 교사 코멘트 등을 함께 봐야 하기 때문에 학습 과정을 숫자로 확인하고 싶은 부모에게는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사실 아이의 성향보다 먼저 고민해야 하는 것은 학비다.
국제학교는 생각보다 긴 여정인 것 같다. 고학년일 수록 중간에 학교를 옮기게 되면 아이는 새로운 환경과 교육환경에 적응하여야 하기 때문에 1~2년만 경험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하기에는 얻는 것 보다는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
국제학교를 선택하기 전에 우리 가족이 이 교육 과정을 지속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지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특히 학년이 올라갈수록 한국 교육과정과 국제학교 교육과정의 차이는 점점 커진다.
초등 저학년 때는 비교적 유연하게 이동할 수 있지만, 중·고등학교로 갈수록 교과 내용과 학습 방식, 평가 체계가 크게 달라진다. 국제학교에 오래 다닌 아이들 중에는 한국 교육과정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고 실제로 주변을 보면 처음에는 몇 년만 다녀볼 생각으로 시작했다가, 아이가 국제학교 교육 방식에 익숙해지고 진로 역시 해외 대학 방향으로 구체화되면서 자연스럽게 국제학교 과정을 계속 이어가는 가정들도 많이 보았다.
물론 모든 아이가 해외 대학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제학교를 선택하는 순간, 생각보다 진로의 방향이 장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은 미리 염두에 두면 좋을 것 같다.
결국 국제학교 선택은 단순히 현재 학교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의 교육 방향 전체를 함께 고민하는 과정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6개월을 경험한 지금의 대답은 맞는 아이와 맞는 가정에게는 충분히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이다.
다만 국제학교가 만능은 아니다. 영어만을 위해 선택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크고, 단기간에 효과를 기대하기에도 긴 호흡이 필요한 교육과정이다.
하지만 아이가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어울리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며, 새로운 환경 속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이 경험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첫 학기 성적은 기대보다 아쉬웠지만 아직은 평가하기보다 적응하고 배우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진짜 평가는 1년, 2년 뒤에 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아이들이 새로운 환경 속에서 자신만의 속도로 뿌리를 내리고 있는 과정을 지켜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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