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교 입학을 준비하는 부모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가
"영어를 얼마나 해야 국제학교에 갈 수 있을까?" 일 것이다.
나 역시 똑같은 고민을 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갈 때도 그랬고, 미국에서 다시 싱가포르 국제학교로 옮길 때도 마찬가지였다.
영어를 완벽하게 만들어 보내야 하는 건 아닐까 걱정했고, 남들보다 늦은 건 아닐까 불안하기도 했다.
그런데 실제로 아이들을 국제학교에 보내보면 입학 전 부모들이 걱정하는 것과 학교생활에서 실제로 중요한 것은 조금 다르다.
영어는 분명 중요하지만 학년에 따라 준비해야 하는 방향은 꽤 다르다.
| G1~G4 | 영어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 | 영어 영상 노출, 그림책 읽기, 놀이 중심 영어, 영어로 대화하는 환경 만들기 |
| G5~G6 | 영어가 가장 많이 늘기 시작하는 시기 | 화상영어, 플레이데이트, 챕터북 읽기, 짧은 영어 일기 쓰기 |
| G7~G8 | 회화보다 학습 영어가 중요해지는 시기 | 원서 읽기, 발표 연습, 리서치 과제 연습, 의견 말하기 |
| G9 이상 | 교과 영어와 성적 관리의 영역 | Science·I&S·English 분석 능력, 에세이 작성, 논리적 글쓰기, 교과별 영어 학습 |
학년이 올라갈수록 영어의 목표가 '대화하는 영어'에서 '생각하고 분석하는 영어'로 바뀌는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의 경우도 G5~6까지는 말하기 중심이었지만, G9에 들어서면서는 읽기와 쓰기의 중요성이 훨씬 커졌다. 오늘은 내가 직접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학년별 영어 준비 방법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초등 저학년이라면 영어 점수보다 영어에 대한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시기 아이들은 언어를 공부로 받아들이기보다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문법이나 시험 준비보다 영어를 많이 듣고 많이 말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을 추천한다.
영어 영상도 좋고, 영어 동화책도 좋고, 영어로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나 튜터가 있어도 좋다.
실제로 국제학교에서는 저학년일수록 현재 영어 실력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는 태도와 소통하려는 의지를 더 중요하게 보는 경우가 많다. 생각보다 영어실력 자체를 크게 보지않고 학교마다 차이는 있지만 저학년에게 제공되는 영어보충반(ELL)수업도 많기 때문에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시기에 글쓰기를 너무 일찍 시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글쓰기는 기술이다. 나중에도 충분히 배울 수 있다. 한국어도 듣기-말하기-읽기-쓰기 순으로 자연스럽게 배우니까.
반면 말하기는 오랜 시간 노출과 경험이 쌓여야 만들어진다.
영어를 입으로 표현하는 경험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말하기가 먼저 되어야 적응 속도도 빨라지고 자신감이 생겨 학업에도 영향을 준다. 어릴 수록 친구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말하기도 빠르게 늘어간다.
아이 성향도 중요하다.
활발한 아이는 영어로 이야기하는 환경에 금방 적응하는 경우가 많고, 신중한 아이는 충분히 듣고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작은 아이가 G4 때 처음 미국 공립학교에 다니기 시작했었는데 당시 필리핀 튜터와 거의 매일 화상영어를 진행했다. 의사소통에 익숙해지고 자신감을 갖게 하는게 목적이라 하루 30분에서 1시간 정도 영어로 이야기하는 수업에 비해 가성비가 좋아 온라인 필리핀튜터와 수업을 6개월 가량 했었다. 그 때 회화가 꽤 늘어 친구들과 어울리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어느정도 친구들과 관계가 형성된 뒤에는 플레이데이트를 통해 실제 생활 영어가 많이 늘었다.
외국인 친구들과 공원에서 놀고, 집에서 보드게임을 하고, 생일파티에 초대받아 하루 종일 어울리는 평범한 시간들 말이다.
영어를 공부한 것이 아니라 영어로 놀았던 경험이 자연스럽게 영어에 대한 자신감으로 이어졌던 것 같다.
초등 고학년이 되면 영어 노출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
수업 시간에 읽어야 할 자료가 늘어나고,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는 활동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회화와 함께 읽기 습관을 만드는 것을 추천한다.
어려운 원서를 읽을 필요는 없다.
챕터이나 그래픽 노블처럼 아이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면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수준이 아니라 꾸준함이다.
둘째아이는 한창 인기있는 도그맨 만화책 시리즈로 시작한 독서가 점점 글밥이 긴 책들로
이어졌다.
이 시기부터는 짧은 글쓰기를 시작해 보는 것도 좋다.
다만 문법 위주의 글쓰기보다는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연습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오늘 가장 재미있었던 일,
읽은 책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
친구와 있었던 일 등을 2~3줄씩 적는 정도로만 시작해도 충분하다.
중학생 이상이 되면 영어를 바라보는 관점이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많은 부모들이 회화가 되면 국제학교 수업도 문제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런데 실제로 겪어보니 회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카데믹한 학습 영어였다.
국제학교에서는 영.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영.어.로. 배우기 때문이다.
Science에서는 실험 결과를 분석해야 하고, I&S에서는 자료를 읽고 자신의 의견을 정리해야 하며,
English에서는 작품을 읽고 등장인물과 주제를 분석해야 한다.
즉,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영어와 학업을 수행하는 영어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우리 집 큰아이는 미국 공립학교에서 ESL 과정을 경험한 뒤 싱가포르 국제학교로 옮겼다.
일상적인 대화는 크게 문제 없었다.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것도 자연스러웠고 생활 속 의사소통도 큰 어려움이 없었고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국제학교에 입학하였을 때 첫 장애물은 회화가 아니라 과제였다.
Science 보고서를 쓰고, I&S에서 자료를 분석하고, English에서 소설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특히 처음에는 과제 지시문을 이해하고 요구사항에 맞게 답을 작성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첫 학기 성적표를 받아보면서도 가장 크게 느낀 부분이 바로 이것이었다.
한국아이들도 국어과목을 배우러 학원에 다니듯이 영어 읽기와 쓰기를 위해 사교육도 필요했다.
그래서 G7 이상 입학을 준비하고 있다면 회화만 시키기보다 읽기와 쓰기 비중을 조금씩 늘리는 것을 추천한다.
원서를 읽고 자신의 생각을 말해 보는 연습, 뉴스나 책을 읽고 의견을 정리해 보는 연습, 짧게라도 영어로 글을 써 보는 경험이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국제학교에서는 정답보다 이유를 묻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영어로 표현하는 힘이 중요해지는 것 같다.
G9 이상이 되면 영어 준비의 관점이 또 달라진다.
이 시기부터는 단순히 영어를 잘하는 것과 성적을 잘 받는 것이 별개의 문제가 되기 시작한다.
실제로 국제학교에서는 Science, Math, I&S, English 과목 모두에서 긴 지문을 읽고 분석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그리고 7~8학년때보다 훨씬 수준높은 수준을 요구하기 때문에 영어를 이해하는 것과 영어로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다.
그래서 G9 이상이라면 회화보다 읽기와 쓰기를 넘어 '교과 영어'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영자신문 읽기, 논픽션 원서 읽기, 에세이 작성 연습, 주장과 근거를 정리하는 연습 등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특히 해외 대학 진학을 고려하고 있다면 이 시기부터는 영어를 언어가 아니라 학업 도구로 접근해야 한다.

영어 준비에 정해진 길은 없다.
아이마다 성향도 수준도 상황도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첫째 아이의 경우 G7부터 해외생활을 시작하며 힘든 과정을 많이 겪었지만 그만큼 준비하고 공부하는 시간을 통해 아카데믹한 영어에 성취를 많이 거두었고 둘째 아이의 경우 G4부터 해외생활을 시작하였는데, 완전히 성향이 달라 부딪히고 도전하며 적응한 뒤에 영어도 같이 늘어가고 있다.
형제들조차 성향이 다르다 보니 적응하는 과정, 영어를 배우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달랐지만 조금이라도 미리 필요한 부분들을 부모가 알고 도와준다면 좀 더 쉽고 수월하게 아이들이 국제학교 과정에 적응해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새로운 환경에서 도전하고 다시 일어서고 다시 도전하는 과정들은 아이들에게 큰 자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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